화학공학소재연구정보센터

전복껍데기 형상을 모방해 인공광합성 효율 향상

류정기 교수 (울산과학기술원), 김병수 교수 (연세대학교)
논문명, 저자정보

Interface Engineering of Hematite with Nacre-like Catalytic Multilayers for Solar Water Oxidation
류정기 교수(교신저자/울산과학기술원), 김병수 교수(교신저자/연세대), 최영규(제1저자/연세대), 전다솜(제1저자/울산과학기술원)

연구의 주요내용
1. 연구의 필요성
인공광합성은 식물의 광합성을 모방한다. 무한한 태양광 에너지를 이용하여 물과 이산화탄소 등으로부터 수소 및 다양한 화학물질을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이다. 인공광합성은 자연친화적/탄소중립적 특성으로 인해, 미래 에너지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인공광합성은 반도체 광전극이 빛을 흡수하여 전자 및 정공을 생성하고, 이를 이용해 전기화학적 산화환원반응을 통해 유용한 화학물질을 생산한다. 인공광합성을 통해 효율적으로 화학물질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화학반응의 선택성 및 속도를 향상시킬 수 있는 촉매의 사용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기존에 연구된 촉매는 제조 비용 및 효율 측면에서 제약이 있어 실용화가 어려운 실정이었다.
2. 연구내용
공동연구팀은 다양한 인공광합성 반응 중에서, 물의 광전기화학적 산화반응에 주목하였다. 물분해 산화반응은 광전기화학적 화학물질 생산에 필요한 수소이온(H+)과 전자를 공급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생산하고자하는 화학물질의 종류와 무관하게 필수적인 반응이다.

광전기화학적 물분해 효율의 향상을 위해, 기존에는 희귀금속(이리듐, 루테늄 등)이나 전이금속(코발트, 철, 니켈 등)의 고체화합물을 물분해 촉매로 사용하였다. 이러한 촉매들은 광전극표면에 쉽게 성장/고정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비용 및 반응효율 측면에서 큰 제약이 있었다.

공동연구팀은 기존 고체화합물 촉매와 다른, 분자형태 물분해 촉매에 주목하였다. 기존 촉매의 경우 고체표면에 노출된 금속원자만이 촉매활성을 띠는데 반해, 분자형태 촉매는 분자 내에 포함된 대부분의 금속원자가 촉매활성을 띄게 된다. 따라서 분자형태 촉매는 반응효율 및 경제성 측면에서 기존의 고체화합물 촉매에 비해 매우 우수하다. 그러나 이전까지는, 분자 촉매를 고체 광전극 표면에 효율적/안정적으로 고정하는 것이 어려워 인공광합성 소자 개발에는 드물게 사용되어 왔다.

공동연구팀은 전복껍데기에서 발견되는 진주층의 구조 및 생성 매커니즘에 착안하여, 분자형태 물분해 촉매를 광전극 표면에 효율적으로 조립/고정하는 방법을 개발하였다. 무지개색을 띄는 전복껍데기의 진주층은 탄산칼슘과 유기물이 번갈아 쌓여있는 구조를 지니고 있는데, 이 때 키틴과 같은 유기물은 판상의 탄산칼슘 미세결정들을 접착/고정시켜 진주층을 형성하는 역할 뿐만 아니라, 진주층이 쉽게 부서지지 않고 탄성을 가지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그림1 A, B참조).

이러한 원리에 착안하여 키틴과 탄산칼슘 대신, 전기전도성이 우수한 산화 그래핀과 분자촉매를 이용하여 전극 표면에 진주층과 같은 판상의 구조를 만들었다. 양전하를 띄는 작용기로 개질된 산화 그래핀 용액과 음전하를 띄는 분자촉매 용액을 광전극표면에 번갈아 노출시켜, 산화 그래핀과 분자촉매를 진주층 형태로 조립/고정시킬 수 있음을 밝혀냈다. 산화 그래핀은 분자형태 물분해 촉매를 광전극 표면에 쌓기 위한 접착제로서의 역할뿐만 아니라, 광전극에서 생성된 전하(전자 및 정공)를 촉매까지 효율적으로 전달하여 물분해 촉매반응 효율을 더욱 향상시키는 역할을 함이 밝혀졌다. 이렇게 조립된 진주층 모방 광전극은 이전보다 2.5배 이상 향상된 광전기화학적 물분해 효율을 보였다(그림1 C, D참조)
3. 연구성과/기대효과
이 연구는 높은 효율의 인공광합성 광합성소자를 쉽고 간편하게 설계/제조할 수 있는 연구로서, 고부가가치의 에너지자원을 선택적으로 생성하여 저탄소 녹색성장에 성공적으로 이바지할 수 있다.

현재 개발한 전극 외에도 크기와 무관하게 다양한 기판에 적용이 가능하며, 유연한 소재에 적용이 가능해 다양한 에너지 소재/소자 기술에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전복껍데기의 진주층과 개발된 인공광합성 촉매 비교
전복껍데기의 진주층과 개발된 인공광합성 촉매 비교

(A) 무지재 빛깔의 전복껍데기 진주층(nacre) 사진.

(B) 전자현미경으로 관찰한 진주층의 미세구조 : 탄산칼슘과 유기물 접착층의 층상구조를 확인 할 수 있다.

(C) 광전극 표면에 산화그래핀과 분자촉매를 진주층처럼 구성한 모식도 : 빛을 흡수한 반도체 광전극은 전자 및 정공을 생성하고, 이 때 진주층 내의 산화그래핀을 통하여 정공이 매우 효율적으로 물분해 분자촉매에 전달되어, 물분해반응 효율이 크게 향상된다.

(D-E) 산화그래핀/분자촉매 진주층의 초미세 구조 : 투과전자현미경을 이용하여 산화그래핀/분자 촉매 층상구조를 확인할 수 있다. 그림 E의 층상구조에서 흰 부분은 산화 그래핀 층을, 검은 부분은 촉매 층을 가리킨다.

국제학술지 ACS Nano 표지논문(front cover)으로 선정
국제학술지 ACS Nano 표지논문(front cover)으로 선정
연구이야기
1. 연구를 시작한 계기나 배경은?
저희 공동연구팀은 산화 그래핀과 같은 탄소기반 나노소재(김병수 교수 연구팀)와 광촉매(류정기 교수 연구팀)를 이용하여 에너지 변환/저장 소재 및 소자를 개발하는 연구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우연한 기회에 서로의 연구분야에 대해 이야기하던 중 두 분야(탄소기반 나노소재와 전기화학 촉매)를 접목시키면 더 좋은 에너지 변환/저장 시스템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에 연구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처음부터 좋은 결과가 도출된 것은 아니었지만, 서로를 신뢰하며 꾸준히 소통하며 연구를 진행한 결과 이번과 같은 좋은 연구성과를 도출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논문이 세 번째 공동연구 성과물인데, 이번 연구를 바탕으로 앞으로 더 좋은 성과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2. 연구 전개 과정에 대한 소개
탄소기반 나노소재와 광촉매를 인공광합성 시스템에 활용하는 연구는 사실 굉장히 많이 연구된 분야입니다. 그러나 기존 연구에서는 탄소기반 나노소재와 광촉매을 단순히 물리적/화학적으로 혼합하는 수준의 연구가 주를 이루었고, 두 물질을 정교하교 조립/배치하여 인공광합성 효율을 극대화하는 연구는 보고된 바가 없었습니다. 여러 가지 탄소기반 나노소재를 테스트하던 중, 정전기적 인력을 이용하여 양전하를 가지는 산화그래핀과 음전하를 가지는 분자형태 물분해 촉매를 정교하게 조립하여 진주층 형태의 필름을 만들 수 있음을 확인했고, 물분해 광전극의 효율도 크게 향상시킬 수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매우 흥미로운 결과였지만, 작동 매커니즘 그리고 진주층 미세구조와 우수한 광전극 효율간의 상관관계를 밝혀내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참고할 만한 자료나 논문도 찾기 어려웠지만 남들이 미처 생각지 못했던 새로운 접근방법으로 기존연구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음을 발견했기 때문에 즐겁게 연구를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3. 연구하면서 어려웠던 점이나 장애요소는 무엇인지? 어떻게 극복(해결)하였는지?
이론적으로는 산화 그래핀과 물분해 분자촉매가 진주층과 유사한 구조/형태로 조립되어 있을 것으로 쉽게 예상할 수 있었지만, 실제 미세구조를 관찰하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산화그래핀과 분자촉매의 두께가 1나노미터 내외로 매우 작고, 전자빔에 의해서 쉽게 변형이 되어, 초고해상도 전자현미경으로도 정확한 미세구조를 관찰하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또한 매우 새로운 연구 접근방법이었기에, 이러한 미세구조가 어떠한 방식으로 광전극의 효율을 향상시키는 것인지 작동 매커니즘을 밝혀내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그간의 공동연구로 다져진 연구팀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포기하지 않고 2년여의 긴 시간동안 차근차근 노력하여, 진주층과 같은 정교한 미세구조를 관찰할 수 있었고, 어떠한 역할을 통해 광전극 효율을 향상시키는지 밝혀낼 수 있었습니다.
4. 이번 성과, 무엇이 다른가?
기존의 금속화합물기반 촉매대비 매우 우수한 특성에도 불구하고, 분자형태 촉매를 인공광합성 광전극에 적용하는 연구는 그간 매우 드물게 보고되었습니다. 이는 분자형태 촉매를 효율적으로 전극표면에 조립/고정하는 기술이 미비하였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수천, 수만 가지의 무수한 분자촉매가 보고되었지만 실제 인공광합성 시스템에 적용된 예는 매우 드뭅니다. 본 연구에서는 진주층 구조 및 형성기작을 모방하여, 분자촉매를 광전극에 쉽게 고정할 수 있음을 확인하였고 이를 통해 광전극의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음을 최초로 발견하였습니다. 이러한 접근방법을 활용하면, 다양한 종류의 분자촉매와 기능성 나노소재를 쉽고 정교하게 조립/배치할 수 있기 때문에, 새로운 형태의 고성능 에너지 저장 및 변환소자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됩니다.
5. 실용화된다면 어떻게 활용될 수 있나? 실용화를 위한 과제는?
인공광합성은 무한한 태양광 에너지를 활용하여, 다양하고 유용한 화학물질을 친환경적 / 탄소중립적으로 생산할 수 있기 때문에, 화석연료의 고갈 대비 및 인류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매우 중요한 기술입니다. 그러나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인공광합성 시스템의 효율이 매우 낮아 실용화까지는 갈 길이 먼 것이 사실입니다. 본 연구성과는 기존연구에서 간과되었던 부분, 즉 우수한 성능의 분자촉매를 인공광합성 시스템에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실제 인공광합성 효율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음을 밝힘으로써 향후 다양한 형태의 인공광합성 소자를 설계/개발하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더 나아가 이를 통해 인공광합성의 실용화에 한발짝 더 다가갈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6. 꼭 이루고 싶은 목표나 후속 연구계획은?
저희 공동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더 높은 효율의 인공광합성 시스템을 개발하는 연구뿐만 아니라, 다양한 에너지 변환/저장 소자에 적용하는 연구를 수행할 계획입니다. 원리적으로는 태양전지나 이차전지 등의 개발에 적용하여 새로운 개념의 고성능 태양전지나 이차전지를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